선농칼럼

2022.08.21 21:47

조이-긴再見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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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식 참석차 5년 만에 홍콩을 찾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1월 이후, 중국 본토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던 시진핑의 홍콩행 여부는 자연스레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기념식 전날까지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던 시진핑의 여정은 결국 839일 만에 홍콩에서 공개됐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5년, 10년 단위의 정주년에 행사를 크게 한다. 이런 점에서 올해의 기념식이 특별하기도 하지만, 송환법으로 혼란했던 홍콩이 <국가보안법>의 통과로 ‘홍콩의 중국화’ 완성과 안정(?)을 되찾았다는 점은 3연임을 앞둔 시진핑에게 정치적 치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좋은 소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작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기행에 가까운 시 주석의 행보였다. 기념식 하루 전인 6월 30일 시진핑은 고속열차로 홍콩의 서구룡역 지하 역사(驛舍)에 도착했다. 2018년 9월 광저우-선전-홍콩 노선이 연장 개통되면서 베이징과 홍콩은 2000여 ㎞의 철도로 연결되어 홍콩의 중국 일체화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하지만 주요 인사 4명,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으로 보이는)짧은 머리의 건장한 청년들과 어린이들로만 구성된 환영인파의 경직된 모습은 “(홍콩의)내일은 더 좋을 것”이란 구호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일부 매체에선 뭐가 두려워 볕도 들지 않는 지하에서 환영 행사를 하냐는 조롱도 있었다. 당일 선전(深圳)으로 돌아간 시진핑은 7월 1일 다시 홍콩으로 가 기념식에 참석했다. 홍콩에서 일박조차 하지않은 것에 대해서도 무수한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장쩌민(江澤民)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홍콩에서 일신상의 위협을 느낀 결과란 주장과 함께 코로나 오미크론의 재확산에 따른 조치라는 주장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평소 노(No) 마스크나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하던 시진핑이 홍콩 일정 내내 방역 전용 KN95 마스크를 쓰고 과도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잊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든 행사의 참여 인원을 일주일 이상 격리하게 하고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는 증거다. 여하튼 홍콩이 꺼림칙하다고 인식했다는 점은 분명한 듯하다.

 

이해하기 힘들고 불편한 장면은 기념식장에서도 목격됐다. 존 리 행정장관을 포함한 신임 홍콩 행정관료들은 취임 선서 전후 두 차례 깊숙이 허리 숙여 시주석을 향해 인사를 했을뿐, 악수는 하지 않았다. 5년 전 캐리 람 행정장관은 취임식에서는 시진핑과 악수만 했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해외 매체는 이를 중국에 예속된 홍콩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꼽았다. 또한 철저히 통제된 기념식 행사는 해외언론의 취재도 허용하지 않았다. 중국의 국제적 위상 증대와 오욕의 역사 청산을 대비해가며 홍콩 주권 반환 기념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홍보해왔던 기존의 모습은 어디도 없었다. 홍콩은 아편전쟁 후 1842년 체결된 난징(南京)조약으로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1997년 7월 1일 중국에 재편입이 되기 전까지 중국 지도자들은 지난 150여 년을 치욕스러운 역사로 규정하고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오는 9월부터 홍콩의 고등학생들은 지금까지 배운 내용과 전혀 다른 역사를 배우게 된다. 2009년부터 홍콩의 고등학교 필수과목이 된 ‘공민사회발전(公民與社會發展科)’에서 올해 채택한 새로운 교과서에는 “중국은 홍콩의 주권을 포기한 적이 없다. 따라서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였던 적도 없다. 영국이 홍콩을 식민 통치했을 뿐이다.”라고 명기되어 있다. 중국의 홍콩 역사 다시 쓰기는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고 점차 완료형에 다가가고 있다. 반환된 홍콩을 “조국으로 돌아왔다”는 식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홍콩 정부가 운영하는 박물관에서는 과거의 홍콩을 “영국의 식민지”로 묘사했지만 2020년부터는 그런 표현을 삭제했다. 중국은 “한 국가가 외부 영토를 식민지라 부르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대한 주권과 통치권이 있어야 한다”며 ‘식민지’와 ‘식민통치’의 차이를 강조한다. 영토와 인구 대국(大國)이란 점에 집착한 딱한 억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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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 연설에서 시 주석은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를 20여 차례 언급하면서 “반드시 전면적이고 정확하게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국’의 원칙이 확고할수록 ‘양제’의 이점이 두드러진다고 한 시진핑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은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면서 중국으로부터 ‘홍콩의 자치 정치’와 ‘일국 양제’는 ‘50년간 불변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반환 이후 ‘50년 불변’이란 해석에서 영국과 중국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영국은 50년 이후 변화한다고 해석했지만, 중국은 50년간 변화시킨다고 판단했기에 홍콩을 둘러싼 영국과 중국의 갈등과 반목은 끊임없이 진행됐다. ‘홍콩의 자치’ 역시 애국자의 정치 참여만 가능하다는 내용의 선거제가 작년에 개편되면서 홍콩 정치의 견제와 균형 기능은 사라졌다. 시주석은“홍콩은 과거 한동안 준엄한 시련을 겪었고, 위험한 도전을 이겨냈다”며 “비바람을 겪은 후 홍콩은 고통을 견디고 다시 태어났고 왕성한 생기를 띠었다”라고 했다. 여기서 비바람은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데, 서방 진영은 중국의 홍콩 민주주의 탄압을 규탄하고 있고, 반면 중국은 내정간섭이라 맞서고 있다.

 

최근 미국이 보편적 가치 공유를 기반으로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의 규합에 나서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홍콩 문제를 주요 명분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도전국(중국)에 대한 패권국(미국)의 견제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홍콩의 경제활력과 위상은 이전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러고 보니 ‘아시아의 진주’, ‘국제금융허브’란 말도 들어본 지 꽤 된 것 같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좋은 정치 혹은 잘하는 정치를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近者悅 遠者來)”고 설명했다. 참으로 간명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다. 떠나는사람이소원(疏遠)함에 미련이 없다면 좋다고 할 수 없다. 사람들이 다시 기뻐하고 찾아가는 홍콩을 기대하며 인사말을 남긴다.

 

“조이긴(再見: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지 않고 헤어질 때 쓰는 인사말,
광동어는 ‘조이-긴’,표준어는 ‘짜이-젠’)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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