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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31 17:04

매생이 - 권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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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교수시절에 자주 들렸던 춘천 ‘다우등심집’에서 겨울이면 바다풀인 매생이 국을 자주 먹었다. 매생이국은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보다 3배나 많기 때문에 술 꾼 속풀이 술국으로 그만이란다. 매생이 국에들어가는 재료는 많지 않지만 한 입 삼키면 목구멍에서 진한 바다냄새가 물씬 올라온다. 뜨겁지만 시원하다는 소리를 연발하게 하는, 바다향이 담뿍 담긴 풍미는 가히 일품이다. 그리고 전복과 함께 전남완도 지방의 겨울 특산물이라 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건듯 부는겨울 찬바람에 매생이 생각이 나서 이사간 그 집을 찾아 나섰다. 다정하고 고왔던 완도 아주머니가 그새 할머니가 되어서 “교수님은 옛날 그대로네요. 하나도 안늙었어요.”라면서 무척 반긴다. 입에 발린 소리에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내가 삭정이 늙은이가 된 것을 어찌 모를리가 있을라고. 죽기는 섧지 않으나 늙기가 섧다고 하던데… 세월무상인 것을! 아무렴 옛날이야기도 나누고, 매생이 국도 실컷 얻어 먹어서 참으로 좋았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매생이를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數尺)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라고 매생이 특징을 매우 알맞게 기술했다. 그리고 매생이란 이름은 “생생한 이끼(해초)를 바로 뜯는다(매우 생생한 이끼?).”는 의미의 순수한 우리말로서, 주로 겨울철에 맛볼수 있는 겨울철 별미이며, 전라남도 장흥지역의 특산물이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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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Capsosiphon fulvescens)는 갈매패목 매생잇과의 해조류(녹조류)로 조간대상부의 바위 위에 널렸다. 또 김양식장의 대나무발에 밀생(密生)해 김생육에 해를 준다. 매생이는 관상(대롱 모양)또는한쪽으로 눌려진 모양이며, 짙은 녹색이고, 가지는 없으며, 길이는 15cm 남짓, 굵기는 0.2~0.5cm이다. 짙은 녹색에 머리 카락보다 더 가는 것이 사각형의 세포가 2개 또는 4개씩 짝을 이룬다. 매생이, 김, 파래, 다시마 따위의 해초들은 겨울이 차야 더 잘 자란다. 그리고 매생이는 12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수확하는 겨울해초(seaweed)이다. 한편 매생이는 오랫동안 김 양식장의 김에 들러 붙는 잡초 정도로 홀대 받았으나 건강식 바람을 타고 인기가 급부상하면서 거꾸로 매생이에 붙은 김을 떼내게 되었다. 다시말해서 매생이가 해조류 황제로 등극하기에 이르렀으니 그들의 자리가 역전되고 말았다.

 

매생이 수확 방식이 바뀐 것도 어부들이 떼 돈을 버는데 큰 몫을 했다한다. 과거에는어부들이 배를 타고, 온 몸을 숙여서 손으로일일이 양식장 매생이를 훑어냈으나 요새는 어민들이 육지작업장에 앉아 대나무발에 붙은 것을 힘 덜 들이고 뜯어낸다. 그리고 뜯어 모은 매생이를 민물에 씻어 쪽진머리(시집간 여자가 뒤통수에 땋아서 틀어올려 비녀를 꽂은머리)모양처럼 만드는데, 이런 매생이 한뭉치를 ‘좨기’라 하며, 보통 좨기한 덩어리의 무게는 400g쯤 된다. 또 한손에 들고 먹을 수 있도록 속에 반찬을 넣어 만든 밥덩이를 좨기밥이라하고. 또 전라남도 완도(莞島)는 ‘해조류와 전복의 왕국’이며, 또 해조류 매생이는 ‘황금바다풀’로 불린다. 완도지방에 매생이가 풍부한것은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이 크다. 고금과 약산바다는 조류(潮流)흐름이 좋고, 주변 섬이 인공방파제처럼 감싸고있어 파도가 세지않은데다가 청정바다라 오염에 약한 매생이가 자라기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고금과약산을 비롯한 완도 근방의 해저에는 90%가넘게, 정수(淨水)작용이 있는 맥반석(麥飯石)이 깔렸으니 그것이 바닷물을 맑게하여 매생이가 더 잘 자란다. 또한 얼마전 만해도김양식장에 매생이가 달라 붙으면 김 품질이 떨어진다고해 염산(HCl)을 뿌려서없앴다. 그러나 지금은 염산이 수질오염에 영향을 준다해 산성을 나타내는유기화합물인, 무해한 유기산(有機酸,organic acid)으로 대체하고있다.

 

매생이 요리로 유명한것은 굴(석화,石花,oyster)을 넣고 끓인 ‘매생이굴국’이며, 거기에 청양고추를 쫑쫑 썰어 넣으면 알싸한 맛이 제일간다. 또 여기에 칼국수를 넣어 만든 ‘매생이칼국수’가 있고, 요새는라면과 파스타에도 매생이를 넣으며, 부침개에 곁들이기도 한다. 그 밖에도 죽이나 무침으로 만들어먹고, 떡국에 넣기도한다. 그런데 매생이 국을 너무 오래 끓이면 매생이가 녹아버리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매생이 국을 끓일때엔 굴을 끓여서 국물을 내고 난 다음에 매생이를 넣어 한 소끔 끓여 줘야한다. 그리고 끓여낸 매생이 국은 김이 잘 나지 않을뿐더러 가느다란 것이 촘촘히 뭉쳐있어서 잘 식지않는다. 때문에 충분히 식히지 않고 그냥 먹다가는 입천장을 데기 일쑤다. 그래서 남도지방에서는 “ 미운 사위에게 매생이 국 준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매생이는철분(Fe)이풍부하여 빈혈에좋고, 칼륨(K), 칼슘(Ca), 요오드(iodine,I)가 풍부하다. 그리고 아스파라긴산과 타우린 (taurine), 비타민도 넘치게 많으며, 칼로리와 지방이 적고 식이섬유(食餌纖維,dietary fiber)가 많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식품이다. 그리고 아스파라긴산(asparaginic acid/아스파르트산)은 단백질은 만드는 필수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백합과 식물인 아스파라가스(Asparagus)의 액즙에서 최초로 분리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식물계에 널리 존재 하고, 특히 종자를 싹틔운 콩나물 따위에 많다. 아스파라긴산은 숙취 해소 효능이 탁월하다는데, 매생이는 미역의 4배, 김의 2배나 함유하고 있다 한다. 그리고 매생이는 채취한 뒤 말리지 않고 국을 끓여먹는데 반해 미끌미끌한 파래는 생으로 무쳐먹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매생이는 외견상 창자 파래의 어린 것과 같으나 더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

 

그렇다. 창자파래(Ulva intestinalis)는 녹조식물 파랫과의 바닷말(해조,海藻,green alga)로 보통 ‘파래’라 부르기도 한다. 또 광합성으로 발생한 산소가 체내에 모여 부풀어 쪼글쪼글하게 꼬이거나 불규칙하게 잘록해져 창자모양을 하기에 ‘창자파래(sea lettuce)’ 라고 한다. 그리고 파래체장(體長)은 큰것은100cm나 되고, 폭은 1~5cm정도이다. 가늘고 긴 둥근 대롱 모양이고, 외줄로 된 것, 곁가지가 많이 난 것, 다소 납작 한 것등 다양하며, 굵기도 차이가 있다. 파래는 우리나라의 전연안에서 서식한다. 조간대나 특히 바닷물이 들락거리는 해안의 바위에 부착하고, 종종 양식용 김발에도 부착한다. 독특한 향이 넉넉히 들어있어 여러 가공식품에 이용하며, 식초에 절여 무채와 함께 무쳐 먹기도 한다. 그리고 타우린은 아미노산의일종으로, 특히 포유류의 뇌 심장 간 신장 등의 장기와 골격, 근육에 고농도로 존재한다. 또한 굴, 가리비등 조개류나 오징어, 문어, 생선의 검붉은 살에 많다. 자양강장제나 피로회복제 등 드링크 제품의 주성분으로 간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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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적 우리집에서는경남 삼천포(三千浦)바닷가에서 방금 따온 젖은 생겨울 파래를 자주 샀다. 가끔 지리산이 가까운 우리 외딴 동네에도 간갈치나 건어물, 해초를 머리에 이거나 등에 진 어물장사가 다녀갔었지. 그리고 그 때에 ‘싱경이’이란 해초도 팔았는데, 알고보니그 것이 매생이었다. 필자가 팔십을 넘겼으니 연식(年式)을 먹을 만큼 먹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오랜만에 매생이 국을 먹고는 매생이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 이렇게 긴 글을 긁적거렸다. 늙어죽도록 마냥 글쓰기를 즐겼으면 좋으련만….

 

그런데 “즐긴다.” 는 말 끝에 갑자기 필자가 참으로 좋아하는 글 하나가 가물가물 떠오른다.

“知之者는不如好者요(지지자는불여호자요), 好之者는 不如樂者니라(호지자는불여낙자니라).”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論語(논어)雍也篇 (옹야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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