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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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상임이사

前 SK(주) PR어드바이저사장

 

2020년은 참 힘들었다. 캘린더에서 떼어 버리고 싶었다. 나이 에서 빼자는 이도 많았다. 어느 작가는 한 해를 지난 게 아니라 그냥 버텼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대통령은 긴 터널의 끝이 왔다고도 했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냥 터널에 다시 들어가 갇힌느낌이다.

 

교수신문이 지난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았다. 어려울 때 세치 혀를 굴려 말장난한 사회지도층을 비꼬는 말이다. 나만 옳고 그러니 나만 살아야겠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의 발로다. 이걸 놓고만 보면 화가 나고 이민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선정되지 않은 다른 사자성어가 있었다. 천학지어(泉涸之漁), 눈이 번쩍 띄었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과연 그랬다. 세상은 이래서 살만하리라. 희망이 보였다.

 

천학지어는 장자에 나오는 말이다. 가뭄이 심하던 어느 때, 장자가 물이 다 말라버린 연못을 들여다봤다. 물고기들은 지느러미 마저 물 밖으로 내놓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곧 죽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 장자는 그 연못에서 놀라운 광경을 봤다. 물고기들이 한 구석에 모여 입에서 나오는 거품으로 서로를 지켜주고 있었다. 모두 죽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물고기들이 살아 있었다. 도와주고 아껴주는 물고기가 장자에게는 스승이었고 삶의 도리였다. 그래서 장자는 천학지어를 주변에 많이 얘기했다고 한다. 어려울 때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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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벽두에 봉준호 감독이 나눔을 선물했다. 그는 2월 9일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 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입 니다.”고 감독상 수상소감을 밝혔다. 객석에 앉아 있는 할리우드의 거장 감독들에게 바친 헌사였다. 그를 가르치며 키워준 이들에 대한 동료애와 고마움의 표시였다.

 

한국인의 자부심은 BTS로 이어진다. “삶은 계속된다(Life goes on)”로 빌보드 싱글 1위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노래를 의미하는 빌보드 싱글 1위는 우리 몫이 아닌 줄 알았다. 그 전에 이미 “다이너마이트”로 1위로 오르긴 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어로 전 세계인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 줬다. 우리 스스로가 업(UP)됐다.

 

국보 제180호「세한도」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최소 수천억 원. 손창근선생(91)은 이 명품을 나라에 내놨다. 이미 천억원이 넘는 땅을 국가에 기증하기도 했다. 기증조건은 딱 하나, “내신상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였다. 2018년에는 추사의 불이선란도 (不二禪蘭圖)등 서화 304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었다. 그에게「세한도」는 자식보다 귀했다고 했다. 한 겨울 추운 날씨가 온 뒤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는「세한도」의 글귀처럼 힘들었던 2020년을 지나면서 새삼 나누고 베푸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되새기게 됐다.

 

“배워서 남 주자”, 지난 12월 27일 105세로 별세한 구당(灸堂) 김남수 옹의 평생의 신조다. 11세부터 침과 뜸을 배워 제자 5천 여 명을 배출했고 그들과 함께 국내외에서 150만 명한테 무료시술을 했다. 돈벌이 보다는 봉사에 전념하면서 침과 뜸의 세계화와 대중화를 이끌었다. 대구의 키다리아저씨는 올해로 자신과 약속했던 10억원 기부 약속을 모두 지켰다고 했다. 전주의 이름 없는 천사도 어김없이 나타나 7천만 원을 놓고 사라졌다, 여전히 누군지는 모르게. 이들의 사랑으로 많은 이들이 허기를 채우고 추위를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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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가황(歌皇)이 「대한민국 어게인」을 외치며 15년 만에 등장했다. 가수 나훈아 씨는 “이 나라를 바로 오늘 국민 여러분 이 지켰다.”며 지치고 피곤한 국민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추석선물로 줬다. IMF 외환위기 시절 박세리 선수처럼 김아림 선수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선물했다. 나의 승리가 누군가의 에너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얘기한 그녀는 경기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한 배려였다. 우승보다 값진 마음 씀씀이였다. 손흥민 선수는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 시 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수비수 6명을 따돌리며 70여 미터를 치고 들어가 넣은 골 이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 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국민들은 그 골을 몇번이나 되돌려보면서 답답한 가슴을 씻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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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구로 달려간 대전 보훈병원의 김성덕 간호사, 중환 자실에서의 자원봉사 후 얻은 것은 확진 판정. 모두가 말리고 자신도 망설일 때 17살 큰 딸이 “엄마 같은 사람이 안 가면 이 상하지”하며 엄마 편을 들었다. 완치 후 일터로 복귀한 김성덕 간호사에게 가족은 버팀목이었다. 그 가족 덕분에 대구는 살아났다.

 

민간병원 최초로 병원을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통째 전환한 평택 박애병원. 전환에 따른 내부 반대도 만만찮았지만 김병근 병원장은 이것저것 살펴 볼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진료를 다시 개시한 지난 12월 24일 전국에서 추가 확보된 코로나 병상 176개 중 140개가 박애병원의 몫이었다. 이들의 희생과 봉사로 얻어진게 K방역이고 국민의 안전이었다.

 

국내 최대의 기업 중 하나이자 세계 5위 자동차 제조회사인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10월 14일 취임했다. 그는 취임 인사에서 인류의 행복을 얘기했다. 세계 몇 위, 매출액 얼마의 양적인 목표를 버리고 인류의 행복과 미래세대를 위한 책임을 내세웠다. 건강한 환경과 평화로운 삶을 위한 눈높이의 대전환 이예고됐다. 인류와 미래를 향한 그의 약속은 신선했고 혁신의 젊은 총수가 만들어 낼 우리 경제의 미래도 그 만큼 밝아보였다.

 

버리고 싶다는 2020년, 그래도 되돌아보면 거저 버리고 가기에는 너무도 아까웠다. “천학지어”의 베풂과 나눔으로 되돌아보니 희망이 꿈틀거리고 용기가 솟아났다. 그래서 우리는 또 한 번 새해를 행복한 마음으로 맞이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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