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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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농문화포럼 발족 10주년을 축하드리며 우리도 남부럽지 않은 명품 문화포럼을 갖게 된데 큰 자부심을 갖는다. 그간 포럼에 소속돼 포럼이 제공해준 다양한 강의와 여행에 참여했던 즐거운 기억을 회상하면서 포럼 10주년에 우리를 엄습한 작금의 엄혹한 코로나시대를 생각해본다.


흔히 이 끔직한 코로나사태의 선구는 1백 년 전 세계를 위협 했던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졌다. 1918년 발생해 1920년 사라 질 때까지 2천만 명의 희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은 바이러스가 원인이었지만 발생의 계기와 대대적인 확산은 제1차 세계대전이 원인이었다. 더럽고 음습한 참호에서 포탄과 독가스로 부상당한 젊은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이동돼 재배치되고 후방의 노약자들이 기근과 질병에 허덕이는 동안 바이러스는 한껏 발호했던 것이다. 전사자 1천만 명을 포함해 총 2천 만명에 달한 제1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를 감안할 때 스페인 독감은 세계대전에 맞먹는 대재앙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로부터 1백년이 지난 오늘날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은 야생동물의 몸속에서 잘 살고 있던 바이러스가 숙주야생동물이 공격을 받게 되자 숙주를 갈아타면서 인간에게 옮겨 붙은 것이 직접 원인이라고 하지만, 바이러스의 광범위하고 막강한 위세는 제2차 세계대전을 빼놓고는 설명 될 수 없다.


2차 대전은 1차 대전에서 물려받은 과학기술을 가일층 발전시켜 더욱 강력한 무기를 생산해 사람과 지구를 마음껏 파괴했다. 2차 대전은 전사자 2천만 명을 포함해 총 6천만 명의 인명을 희생시켰으며 지구 곳곳에 막심한 폐허와 쓰레기를 남겼고 무엇보다도 원자폭탄을 남겼다. 전쟁에서 태어난 첨단 과학기술과 화공약품은 지구상의 농업과 공업, 우리의 모든 산업을 제압했고 생활 전반에 침투했다. 사람과 함께 동식물이 공유하는 땅과 바다, 하늘이 오염되고 야생의 동식물 서식지가 파괴됐다. 초유의 전면적인 생태계 파괴가 시작됐음이 분명해졌고 뒤늦게 지구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인류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가 터진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코로나 희생자는 2백만 명을 넘어섰고 현재 1억 명에 가까운 감염자 수를 감안하면 향후 수백만 명의 추가 사망자가 예상된다. 7년동안 계속된 끔찍한 2차 대전의 희생자 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과학문명이 정상에 오른 평화의 시대에 단 1년 동안에 그 정도의 희생자가 생겼다면 그 파장이 어디에서 어떻게 끝날지는 상상을 불허한다. 코로나 사태는 제1,2차 세계대전의 유산으로서 인류가 저지른 전쟁범죄의 유산이 아니라면 인류의 혁혁한 업적으로 치부되는 과학기술의 유산임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기존의 바이러스는 과학기술의 진보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전능한 존재로 진화를 거듭하며 코로나라는 새로운 종으로 태어났고 인류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장기간의 비대면 생활로 피신 중이다. 백신이나 치료제의 실용이 임박하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완전한 종식이 가시적으로 분명하지 않은 이상, 코로나 사태는 바이러스 퇴치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생존의 문제로 판이 바뀌었다. 이제 코로나 사태는 의학의 영역이 아니라 생태계의 문제이며, 그 해결에 의학을 동원한 다해도 그것은 인류의 건강차원이 아니라 인류와 함께 동식물, 자연계, 우리의 항성까지 관통하는 하나의 큰 건강론(One Health Approach)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는 인식은 분명해 졌다. 또한 바이러스가 진정된다해도 다음의 과제는 단순한 경제회복의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의 회복이며, 앞으로 나올법한 더 큰 대재앙을 어떻게 방지하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다. 여기에서 인류 존재방식의 대대적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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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는 사회 전 분야를 타격했고 그 중에서도 문화, 예술분야의 피해가 가장 막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중을 필요로 하는 문화 활동의 속성상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문화예술 분야는 경제가 악화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분야이기도 하다. 통계적으로는 이미 코로나 사태 초기 에 전 세계의 박물관, 콘서트 홀, 도서관, 스포츠 경기장, 관광 산업의 80%가 문을 닫았고 또한 비본질적 활동이라는 이유에서 가장 늦게 봉쇄가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코로나로 인한 최근의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을 통해 가장 많이 소비된 것은 문화예술 활동, 즉 온라인 공연과 전시, 강연 등 문화예술 분야였다. 양적으로도 엄청난 수요이지만 그 시급성은 비상식량이나 뉴스의 수준이다. 비대면의 세계에서 사람들을 연결하고 소통시키는 통로가 돼주는 문화예술 활동이야말로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주고 집구석에 처박혀 있는 사람들에게 탈출구를 제공해 코로나 시대에 생존의 필수적인 아이템임이 확인된 것이다. 위기의 시대에 비핵심적인 분야라 하여 일찌감치 봉쇄됐던 문화예술 분야가 오히려 폭발적 수요를 불러일으킨 것은 아이러니이다. 사람들은 문화와 예술이 생존에 필수적임을 실감한 것이다.


작년 3월 WHO에서 코로나를 팬데믹으로 규정한 이래 문화예술 분야가 위축되기 시작하자 즉시 유네스코는 코로나 재앙이 인류건강의 위기가 아니라 문화-예술의 위기가 되며, 그것은 인간성의 위기라고 선언했다. 이어서 유네스코는 각국 정부에 대해서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강력한 보호와 지원을 호 소하며 문화예술 회복캠페인(ResiliArt)을 시작했다. 구글과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세계 문화와 예술분야의 지도자들도 여기에 적극 호응하면서 위기의 시대야 말로 문화예술 활동은 멈출 수 없으며 더욱 강력히 계속돼야 함을 세계시민들에게 호소하고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를 하나로 연결해 위안과 위기탈출의 희망을 주는 문화예술은 위기의 시대에 대응하는 인류의 생존 방식으로 확고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코로나 발생과 더불어 비핵심적 분야로 찍혀서 문화예술 분야가 위축되었다면, 이러한 분위기에서 선농문화포럼의 활동도 위축되지 않았을 까 우려된다. 문화예술 활동이 위기의 시대에 우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로이듯이 선농문화포럼 또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고난의 시대 동문들이 더욱 가깝게 연결되고 소통하는 든든한 창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포럼에 대한 동문들의 뜨거운 애정과 지지를 기대한다. 선농문화포럼의 더욱 큰 발전을 확신하며 다음의 10년을 기다린다. 쇼는 멈출 수 없다.(The show mus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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