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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대선 이후 본업 ‘기생충 연구’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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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에서는 객관성 objectivity은 존재하지 않는 불가능한 개념이다. 객관성이란 단지 상호 주관성 inter-subjectivity 의 작용일 뿐이다.’

 

사회과학자들의 결론이다. 사회과학 social science 이란 사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학문이므로 과학 science 의 범주에 속한다. 자연과학의 실증주의 positivism 영향 탓이다. 감각 경험과 실증적 검증에 기반을 둔 것만이 확실한 지식이라고 보는 인식론적 관점이자 과학철학이다.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 밀어라.’ 모든 언론인에게 주어지는 과제 이다. 늘 이 명제를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그 잣대라는 것 찾지도 못했고 답도 얻지 못했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게다. 물이 H2O 라는 사실, 오늘 날씨가 영하 15도 라는 것, 나이 들면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은 언제 어디에서나 들이 댈 수 있는 잣대이다. 유전자, 성장환경이 모두 다른 인간도 다 동의하는 실증적 결과이므로. 그런데 저 키 큰 여성과 키 작은 여성 중 누가 더 멋진가? 버크 (보수주의자) 와 페인 (진보주의자) 의 논쟁을 보고 누가 더 옳다고 생각하는가? 누구는 생각하지 않아도 한쪽으로 쏠린다. 유전자와 자라난 환경 때문이다. 누구는 파토스를 내세워, 누구는 로고스를 앞세워 한쪽 편을 든다. 주위의 눈치 때문에, 생계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등등의 현실적 이유도 있다.

 

단국대학교 기생충박사 서민교수, 확실하게 한쪽 편을 ‘디스’(요즘 말로) 하는 분을 인터뷰 했다. 언론에 보도된 자료를 모아 서면 질의 했다. 다른 한쪽을 지지하는 분들의 반론이 당연히 만만치 않을 것이다. 보수주의자 버크와 진보주의자 페인의 그 유명한 논쟁이 200년이 지나서도 한반도에서 답을 못 찾고 있어서일까?

아님 버크와 페인을 핑계로 한 정치 싸움일까? 최고의 엘리트 교수가 온 몸을 다해 거칠 것 없이 정치 논란에 끼어들었다. 그러니 얘기를 들을 가치는 충분히 있다.

 

진보의 편에서 발언 하시던 서 교수가 대통령 탄핵을 비롯해 유 시민, 조국, 대통령 아들, 김민국 의원 등 정부 비판에 앞장서자 지금은 보수의 편에 서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이념을 바꾸신 건가요? 아님 단순한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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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들이 좀 더 잘 살게 만들자는 게 진보인지라 진보 쪽에 더 마음이 갔던 건 맞지만, 지금의 진보는 그럴 마음도, 능력도 없는 자들이었어요. 무능한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최소한 자기 잘못에 대해 반성할 줄은 알아야죠. 집권한 지 4년이 다 돼 가는데, 집값이 오른 걸 이명박, 박근혜 정권 탓을 하는 건 좀 너무 하잖아요. 세월호 사태도 그래요. 지난 정권 내내 세월호에 무슨 큰 음모가 있는 것처럼 공격했으면 뭐라도 밝혀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180석까지 획득해 놓곤 현재까지 뭐 나온 게 없잖아요. 인사청문회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박근혜 시절 사소한 흠집을 갖고 장관과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키던 이들이, 훨씬 흠결이 많은 이들을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합니다. 세간에선 인사청문회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는데요, 무능한 이들이 도덕성까지 없다면 제가 왜 지지해야 하죠? 2020년 교수신문이 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아시타비(我是他非)인 건, 집권층이 좀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연말 진중권 씨가 SNS 글쓰기를 중단하자 진공주와 4난장이의 난장이 중 한 명으로 자신을 비유하면서 “그의 부재가 현실이 된 지금 두려워 죽겠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뭐가 두려운가요?

 

2020년 진중권 선생은 문재인 정부의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를 찾아내고 그곳을 정확히 타격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게 맨 앞에 서서 상대편을 다 무찔러주니, 저는 편하게 뒤를 따라가다 포로로 잡힌 적군을 놀리는 일을 할 수 있었죠. 남들이 보면 진중권-서민 이 둘이서 잘 한다, 이렇게 착각할 수 있겠지만, 비중 면에서 상대가 안 됩니다. 이제 진 선생님이 안 계시니 제가 앞장서 싸우는 일을 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는 거죠.

 

진중권 씨가 궁극적으로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 SNS를 떠난다고 했을 때 서 교수는 정권이 바뀐 후 진보의 재구성을 하시라고 했습니다. 위의 상황을 보면 두 분의 현 정부 비판의 궁극적인 목적이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느 것이 진실인가요? 그렇다면 진보라는 본래의 기본 이념을 계속 견지하는 건가요?

 

진 선생님과 저의 가장 큰 차이가 거기 있어요. 추측컨대 진 선생님은 진보가 제대로서야 이 나라가 잘 된다, 제대로 된 진보 세력이 추후 정권을 접수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걸로 보여요. 하지만 저는 현실적으로 정권을 접수할 수 있는 세력이 국민의 힘밖에 없다고 보기에, 그쪽에서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저는 차기 선거에서 또다시 더불어민주당이 이긴다면 진보고 뭐고, 우리나라는 그대로 망한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거 든요. 아무리 진보가 중요해도 나라가 있어야 진보-보수가 있는 것이지, 망한 뒤에 제대로 된 진보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한때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유시민에 대해  “나는 유시민 같은 인간은 공적 공간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 이사장 은 진실을 말하는 이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전형” 또는 그를 겨냥해서 “60이 넘으면 뇌가 썩는다”라고도 했습니다. ‘조국 똘 마니’, ‘유시민, 털보 쫄딱 망했으면’ 같은 표현은 회복 불가능한 지나친 표현이라는 생각은 안 드시는지요?

 

유시민이 공적 공간에서 사라져야 한다, 진실을 말하는 이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전형이란 말은 김경율 회계사가 했습니다. 저는 그런 고급스러운 표현은 선천적으로 못합니다. 그리고 60 이 넘으면 뇌가 썩는다는 유시민 본인이 한 말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맞구나, 하는 차원에서 인용한 것이고요, 똘마니랑 쫄딱 망했다 같은 말은 일반인들이 흔히 쓰는 말 아닌가요? 그런데 그걸 좀 알려진 이가 쓰면  ‘시정잡배도 안 쓰는 말’이라며 욕하는 게 이상합니다. 그것과 별개로 저는 고상한 말로 거짓을 말하는 게 시정잡배의 말로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국 전 장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제게는 훨씬 더 막말입니다.

 

조국 장관의 어떤 발언인지요?

 

조 전 장관이 그간 SNS나 책에서 한 말들이 대표적이죠. 요즘 대학입시에 응모하는 학생들이 놀라운 스펙을 만들어 온다고 놀라더니, 자기 딸은 표창장부터 시작해서 위조된 증명서를 7개나 만들었잖아요. 대한민국이 어린이에게 펀드를 가르치는 동물의 왕국이라고 해놓고선 자신의 배우자와 두 자녀가 소위 ‘조국 펀드’에 가입돼 있었지요. 청문회 때 자근자근한 목소리로 했던 해명들은 거의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고요. 그가 한 말들 중엔 막말은 없었지만, 그의 말들은 진실이 결여됐기 때문에 보통 사 람들에게 분노를 유발한 것이지요.

 

현 정부가 국회의원 180 석을 앞세워 삼권 분립마저도 가뿐히 밟으며 사법부를 겁박한다고 했는데요, 윤석렬 총장 2개월 정지 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나, 조국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4년형 등등만 보더라도 삼권 분립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은데요.

 

위의 두 판결이 사법부가 아직 독립돼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지 만, 제가 지적한 건 그 다음이죠. 독립된 기관이 판결을 내리면 따라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우린 잘못한 게 없는데 판사들이 잘못한 거다, 법관 탄핵해야 한다, 이런 식의 비난을 해대지 않 습니까? 심지어 집권여당이 앞장서서 사법 쿠데타 운운하고, 법관 탄핵에 대한 국민청원이 올라오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판사들이 소신껏 판결할 수 있나요? 

 

그 반대의 경우는 없었나요?

 

야당에서도 사법부 판결이 마음에 안 들면 비난을 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 무게감이 다르죠. 입법과 행정을 모두 독차지하고, 그래서 공수처처럼 판사를 윽박지르는 기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 는 집권세력이 하는 말이 판사에게 훨씬 더 큰 압박으로 느껴지 지 않겠어요? JTBC 신년토론회에 한 교수가 나왔는데요, 그분이 윤 총장 정직 2개월을 때린 위원회에 참석했던 분이어요. 그 분이 토론 도중 그러더라고요. 공수처라는 건 판사 겁주려고 만든 거 라고. 이런 상황에서 판사들이 독립적으로 판결할 수 있을까요.

 

언론이 서울대 의대 출신 기생충 전공 교수를 집중 조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서 교수에게 쏠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기생충 이야기는 사라지고 정치 이야기, 현 정부 실세 들에 대한 분노와 저주에 가득한 비판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떤 계기로 정치 비평을 하게 되셨는지요?

 

아시다시피 저는 이명박, 박근혜에 대한 비판으로 대중적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기생충이 제 직업이라면 정치는 제 삶의 일부였고, 한 번도 그만둔 적이 없어요. 이번 정권이 이전 정권들보다 훨씬 더 포악했기 때문에 제 글도 더 세지는 거고요. 언론이 저를 주목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 정권을 비판하는 이들이 몇 없어요. 많은 이들이 정권에 대해 학을 떼고 있지만, 친문세력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악플을 다는 게 무서워 감히 비판을 못하는 실정이잖아요. 다행히 저는 멘탈이 갑이라, 그런 공격이 전혀 두렵지 않고 오히려 즐기고 있거든요.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현 정부가 특별히 뭘 잘못해서라기 보다는 오랜 세월 우파가 집권했으니 기득권 세력의 수가 많고 또 새로운 좌파적인 정책이 마뜩지 않아 보여서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고 합니다. 서 교수의 생각은 어떤지요?

 

좌파적인 정책은 집권 초기부터였죠. 예컨대 문재인 케어라든지, 최저임금 정책, 주 52시간 노동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사실 전 그 정책들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어요. 방향은 옳을지 몰라도 너무 급격하게 추진하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이었지 만, 제가 그 당시 그 정책 때문에 문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나요? 전혀 아니었거든요. 최소한 그 선의는 인정할 수 있었으 니까요. 그런데 코로나 시국에 윤석열 총장을 찍어내려고 1년간 난리를 피운 것에는 도대체 어떤 선의가 있을까요? 그냥 정권 을 수사하지 않는 순한 검찰을 만들겠다, 그 목적밖에 없지 않나요? 이걸 가리켜 좌파적인 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과거 기생충 얘기 할 때와 지금,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혹 정치 쪽으로 나가려 하는 것 아니냐는 권고, 비난은 있는지요? 학생들 제자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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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상대할 때는 일체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그 친구들도 저를 예전과 달리 대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정치를 비판한다고 해서 정치 쪽으로 나가는 거 아니냐, 이건 좀 유치한 반응이 죠. 야구를 좋아해서 늘 야구를 챙겨보고 야구에 대한 비판을 한 다는 게 야구선수로 직접 뛰기 위한 게 아니잖아요. 사실 지금 정치하는 분들은 대부분 저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능력도 있는 분들입니다. 근데 진영논리에 빠져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건데, 그 점을 지적해서 정치가 바로 서게 하는 것이 저 같은 사람의 할 일이죠. 제가 직접 하면 더 못할 걸요.

 

앞으로도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실 건가요? 지금과 같은 형태로 하실 건지요? 얼마 전에는 야당에서도 정치관련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는 정권교체가 최선이라고 보기 때문에 올 한해도 열심히 정권을 비판할 거예요. 내년 선거 때 정권교체가 된다면, 저는 그 때부터 다시 기생충 연구로 돌아갈 거예요. 만일 교체가 안 된다? 그러면 이 나라엔 희망이 없는 거니까 더 이상 얘기할 필요 가 없죠. 그때도 당연히 기생충 연구로 돌아갈 겁니다.

 

2022년 대선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혹 기생충과 정치와의 접목이 가능할는지요?

 

기생충이 숙주로부터 영양분을 빼앗는 것처럼, 정치인들도 국민의 세금을 받아먹으니, 그들을 가리켜 일종의 기생충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기생충은 숙주가 건강해야 자기들도 더 잘 살 수 있기 때문에 숙주를 괴롭히지 않고, 한 마리가 하루 밥풀 한 톨로 버팁니다. 정치인도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 정권은 끊임없이 숙주를 괴롭히고, 한 톨이 아니라 수 백 가마니의 밥을 지들끼리 먹으려 해요. 그래서 제가 말하는 겁니다. 기생충보다 못한 정부.

 

이 말씀은 정부나 여권 인사들이 자기네들 잇속을 채우며 부정 부패를 자행한다는 말인가요?

 

전 그렇다고 봅니다. 윤미향을 보세요. 평생 시민운동만 했다는 분이 현금으로 집 사고도 예금이 3억 원이나 있고, 또 딸은 음대를 나와 미국에 유학을 갔어요.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요? 이런 분이 떡 하니 국회의원이 됐어요. 김두관, 이인영, 임종석, 이런 분들 자녀들도 전부 해외유학을 갔는데요, 재산 신고 한 거 보면 돈이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어요. 유학을 보낸 게 나 쁘다는 게 아니라, 어떤 돈으로 보냈는지가 이해가 안 되잖아요. 라임이나 옵티머스 같은 펀드비리는 하나같이 여권 인사의 연루설이 나돌고 있고요, 실제로 라임펀드 관련해서 청와대 행정 관이 구속됐었죠. 태양광 사업하다 망한 허인회도 있고, 조국 전 장관은 민정수석 시절 사모펀드에 투자했잖아요? 물론 조국은 부인이 다 한 거라 자신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했지만, 공직자 비리 여부를 조사하는 민정수석이 자기 부인이 뭐 하는지 모른다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 코로나19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김춘옥 단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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