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규 선농포럼 이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영결식 추모사

by 선농문화포럼 posted Oct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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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추모사] “아버지 능가하는게 효의 첫걸음, 이건희만한 효자 없었다”

1964년 와세다 시절, 밤새도록 불켜진 이건희방에는전자제품 부품이 가득했다

석남준 기자 입력 2020.10.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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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년기 모습 /삼성


28일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1층에서 엄수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영결식.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이 추모사를 읽었다. 김 전 회장은 이 회장과 서울사대부고 동문이다.

고교 시절 레슬링부에서 함께 활동하는 등 50년 지기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서울사대부고 수필집 ‘우리들의 이야기’에 썼던 이 회장과의 추억을 곱씹는 추모사를 했다.

이 회장과 김 전 회장이 처음 만난 건 지난 1958년 봄이다. 

이 전 회장은 “서울사대부고 강당 한 구석에 있던 레슬링 반에서 7~8명의 신입생 레슬링 반원

지망자들과 상견례를 했다"며 “유난히 피부가 희고 눈이 깊고 귀티가 나는 당신(이 회장) 보고

‘왜 하필 레슬링 반을 지원했냐고’ 물었다”고 썼다. 

당시 이 회장은 “초등학교 시절 몇 년을 일본에서 살았는데 당시 일본은 물론

세계프로레슬링의 영웅이던 역도산의 경기를 많이 보고 존경했기 때문에 레슬링을 하고 싶어졌다”고 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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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유년 시절 모습 /삼성


김 전 회장의 기억 속에는 애견 사랑이 남달랐던 이 회장의 모습도 있다.

김 전 회장은 “수년 전에 부인 홍라희 여사께 (처음 봤던 애견) 스피츠 이야기를 했더니

(이건희) 회장께서 15년 이상 사랑하던 개인데 어느 날 출장에서 돌아오던 회장을 발견하고

너무 반가워하며 이층에서 뛰어 내리다 다리가 부러졌다고 했다”고 전했다.

‘반도체 거인’으로 불리는 이 회장은 이미 대학 시절부터 전자제품에 흠뻑 빠져있었다.

이 전 회장은 “사대부고 은사님이 1964년 도쿄올림픽에 참석했다가

(당시 유학 중이던) 이 회장의 배려로 이 회장 댁에 묵었다"며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이 회장 방에 올라 가보니 각종 전자기계 부품이 가득하고,

이 회장 자신은 밤을 새며 라디오, 전축, TV등 전자제품들을 조립하고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 또 “요즘 미술이나 건축하는 사람들 입에 자주 회자되는 루트비히 미스 판 데어 로에

(Ludwig Mies van der Rohe)가 즐겨 사용했다는 말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가

이 회장 머릿속에는 “신은 품질에 있다”(God is in the qualities)로 오래전부터 각인돼 있는 듯 했다"고

말했다. 

또 예부터 전해오는 ‘승어부(勝於父)’를 소개했다.

김 전 회장은 “아버지는 아들들에게는 극복의 대상이라고 한다.

특히 성공한 아버지를 둔 자식들은 많은 심리적 부담과 압박을 받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유업을 크게 융성시키는 일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승어부에 대해 “아비를 이긴다기보다는 아비를 능가한다는 것으로 효도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만큼 크게 승어부해 효도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당신이 삼성그룹을

100배 1,000배 키웠다고 이야기들 하지만 당신의 성취를 수량으로만 가늠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성취의 내용과 질 그리고 무엇보다도 온 국민이 만끽하는 대한민국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어떻게 수량으로 가늠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11일 작성한 에세이의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오래된 티베트의 속담처럼 우린 지금 내일(來日)을 먼저 맞게 될지 내생(來生)을 먼저 맞게 될지

장담 못할 나이에 와있습니다. 이 회장과 동시대에 태어나서 같은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인연에 감사하고 또 많은 기회는 아니었으나 같이 교유 할 수 있었음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 순 한국식 표현으로 응원합니다. Figh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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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11월 8일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미술상 시상식에서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DB

 

※ 10/28字 조선일보 기사원문 바로가기

http://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0/10/28/43SX52SBVNFKBIUWBSZT2NI7AQ/